보일러 고장나고 벽엔 곰팡이가… 수리비, 집주인 vs 세입자 누가 내야 할까? (전월세 수리 의무 총정리)

갑자기 찾아온 한파에 보일러가 멈추거나, 장마철이 지나고 벽지에 거뭇거뭇 피어난 곰팡이를 발견했을 때의 스트레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당장 생활이 불편한 것도 문제지만, 머릿속을 꽉 채우는 건 단 하나죠.

“이거 내 돈으로 고쳐야 하나? 아니면 집주인한테 전화해도 될까?”

전세니까 내가 해야 한다는 말도 있고, 월세는 주인이 해준다는 말도 있어 헷갈리시죠? 인터넷에 떠도는 부정확한 정보 대신, 민법(제623조)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실제 조정 사례를 바탕으로 ‘누가 돈을 내야 하는지’ 확실한 기준을 세워드립니다.

1. 핵심 원칙: ‘주요 설비’ vs ‘소모품’

가장 큰 기준은 이것 하나만 기억하세요.

  • 집주인(임대인): 집을 계약 목적대로 사용할 수 있게 유지할 의무가 있습니다. 즉, 기본적인 주거 생활에 필수적인 설비(보일러, 배관, 누수 등)의 노후나 고장은 집주인 책임입니다.
  • 세입자(임차인): 내 집처럼 선량하게 관리할 의무(선관주의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의 부주의로 인한 파손이나 사소한 소모품은 세입자가 부담합니다.

💡 잠깐! 전세는 세입자가, 월세는 집주인이?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전세권 등기”를 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전세 계약이나 월세 계약 모두 집주인에게 수선 의무가 있습니다. 전세라고 해서 무조건 세입자가 보일러를 고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2. 상황별 솔루션 A: 보일러 고장

겨울철 가장 예민한 문제죠. 핵심은 ‘고장의 원인’‘연식’입니다.

집주인이 내야 하는 경우 (자연 마모)

  • 노후화: 보일러의 권장 사용 기간(보통 7~10년)이 지났거나, 단순히 기계가 낡아서 부품이 마모되어 고장 난 경우입니다.
  • 내부 결함: 세입자가 건드리지 않았는데 센서가 오작동하거나 배관이 터진 경우 등은 100% 임대인이 수리해 줘야 합니다.

세입자가 내야 하는 경우 (관리 소홀)

  • 동파 사고: 한겨울에 보일러 전원을 아예 끄고 장기간 외출해서 배관이 얼어 터졌다면? 이는 세입자의 관리 부주의(과실)로 봅니다. (단, 보온 조치를 다 했음에도 한파가 너무 심해 터졌다면 책임 비율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 사용자 과실: 리모컨을 부수거나 무리한 조작으로 고장을 낸 경우입니다.

3. 상황별 솔루션 B: 벽지 곰팡이

곰팡이는 싸움이 가장 많이 나는 영역입니다. ‘건물 탓’이냐 ‘사람 탓’이냐를 따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집주인 책임 (건물 하자)

  • 결로 현상: 외벽 단열 공사가 부실하거나 옥상 누수, 창틀 실리콘 노후로 인해 물이 스며들어 곰팡이가 핀 경우입니다. 아무리 환기를 해도 구조적으로 생기는 곰팡이는 집주인이 해결해 줘야 합니다.

세입자 책임 (환기 부족)

  • 생활 습관: 가구를 벽에 너무 딱 붙여 놓거나, 실내에 빨래를 널고 며칠 동안 창문을 한 번도 열지 않아서 생긴 습기 곰팡이는 세입자 몫입니다. 이 경우 도배 비용을 물어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4. 상황별 솔루션 C: 형광등, 수전, 도어락 건전지

“이런 자잘한 것도 전화해도 되나?” 싶은 것들이 있죠.

  • 소모품(세입자 부담): 형광등 전구 교체, 샤워기 헤드, 도어락 건전지, 문 손잡이 나사 조임 등 비용이 적게 들고 누구나 쉽게 교체할 수 있는 것들은 살고 있는 사람이 알아서 고쳐 씁니다.
  • 단, 입주하자마자 고장 났다면: 이사 온 지 며칠 안 돼서 인터폰이 안 되거나 변기가 막힌다면, 이는 전 세입자나 집주인이 해결해 줘야 할 문제입니다.

5. 똑똑하게 대처하는 ‘증거 확보’ 꿀팁

막상 상황이 닥치면 집주인이 “원래 안 그랬는데 당신이 고장 낸 거 아니냐”고 나올 수 있습니다. 이때를 대비하세요.

  1. 사진과 영상 촬영: 고장 난 부위, 곰팡이 핀 위치를 근접 샷과 전체 샷으로 남기세요. 보일러 제조 일자가 적힌 스티커도 찍어두면 ‘노후화’ 입증에 유리합니다.
  2. 수리 전 통보: 내 돈으로 먼저 고치고 청구하면 못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반드시 수리 기사를 부르기 전에 집주인에게 알리고, 수리비 견적을 공유하세요.
  3. 전문가 소견서: 수리 기사님께 “이게 노후 때문인지, 사용자 과실인지” 영수증이나 소견서에 한 줄 적어달라고 부탁하세요. 전문가의 말은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마무리하며

집은 빌려 쓰는 것이지만, 계약 기간 동안은 내 보금자리입니다.
집주인은 정당한 유지 보수를 해줄 의무가 있고, 세입자는 내 집처럼 아껴 쓸 의무가 있다는 점만 기억한다면 감정 싸움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작은 고장이라도 방치하면 나중에 더 큰 비용 폭탄으로 돌아오니, 문제가 생기면 즉시 집주인과 소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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